스노우드롭 시즌2 : 마지막 여행

스노우드롭 시즌2가 당첨된 날은 7월 14일 화요일. 엄청나게 비가 많이 쏟아지는 밤이었는데, 극장이 좀 오래된 곳인지 낡아보였고 기다리는 곳에서는 비가 새기도 했다. 가기 전에 알아본 바로는 배우들이 댄서 출신이 많아서 역동적이고 활기찬 무대가 인상적이라 하였기에 큰 기대를 안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자리 배정이 매우 좁게 되어있어서 사람들이 꽉 붙어 앉아야 했다. 연극도 아니고 역동적인 뮤지컬을 보면서 꽉 붙어 앉아있자니 뭔가 답답한 느낌은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도 대학로 소극장의 맛이려니...

 이 뮤지컬은 은행 강도들이 범행 후 모처에 은신해 있는 동안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자, 여자(트랜스젠더) 주인공을 제외하면 서로가 모두 처음 보는 사이인 이들이 한 곳에 묵으면서 서로 간의 불신에 의한 불안감을 안고 동거(?)를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초반에는 가벼운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각자 살아온 다양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하면서, 분위기가 점차 무거워진다. 복수와 사랑을 위해서, 그리고 때로는 멋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그들은 범행을 하였지만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 즐겁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인생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 공연의 특이한 점이라면, 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일반적인 다른 공연들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카리스마를 위해서인지 무게감 있는 모습이 엿보였지만 무대에서의 비중은 다른 배우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트랜스젠더인 여자주인공의 비중이 더 높았는데, 이 공연에서 나오는 개그의 대부분이 이 트랜스젠더를 희화화하는 내용이다. 이렇듯 너무 한 코드에 개그가 집중되는 느낌이 들었고, 그 주제가 약간은 민감한 부분이라 거슬리기도 했다.

또한 사전 정보에서 보았듯이 배우들이 보여주는 춤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다들 출신 분야가 다양해서인지 각자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서로 서로 느낌이 달랐고 함께하는 무대 또한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이렇듯 훌륭한 퍼포먼스에 비해 노래 실력은 좀 아쉬웠다. 개개인의 노래 실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서로의 호흡이 맞지 않는 듯 했고, 화음을 넣는 과정에서는 머리에 물음표가 그려질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장르가 뮤지컬이라면 관객들의 귀를 좀 더 즐겁게 해줘야 하지않을까.

 이렇듯 스노우드롭은 조금은 가볍고 회화적인 뮤지컬이지만 마냥 웃음만 남는 공연이 아닌,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내가 목표로 삼고 있는 삶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면 목표를 이룬 그 날, 진짜 행복한 인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으면서 본 공연이지만 공연장을 나올 때는 마음속 어딘가가 짠해지는 그런 공연이었다.
렛츠리뷰

by ggong85 | 2009/07/27 16:21 | eye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ggong85.egloos.com/tb/277817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